Sincerely Perspectives

여행은 가방보다 먼저 시작된다

신시어리가 제작한 루이비통 코리아 신입사원 웰컴키트

여행 전날 밤이면 집 안에 작은 소동이 발생합니다. 평소에는 얌전히 서랍 속에 있던 양말들이 침대 위로 대피하고, 충전기는 콘센트에서 뽑혀 정체불명의 케이블 무리에 합류합니다. 꼭 필요할 것 같아 챙긴 세 번째 셔츠는 여행 내내 단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하지만, 이상하게 빼놓을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먼 곳으로 떠날수록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가방 안에 넣고 싶어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얼마 전 신시어리는 루이비통 코리아의 신입사원 웰컴키트를 만들었습니다. 올 블랙의 슬리브 박스 안에 다이어리와 펜, 보틀을 가지런히 놓는 동안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럭셔리 하우스 가운데 하나는 드레스나 보석이 아니라 여행가방에서 시작했을까요.

아마 답은 여행이 단순히 장소를 바꾸는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여행은 익숙한 질서 바깥으로 나가는 일이고, 가방은 그 낯선 세계까지 나의 질서를 운반하는 가장 작은 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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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웰컴키트 by Sincerely

여행이 사치였던 시절

오늘날 여행은 검색창과 신용카드, 그리고 휴가를 허락해줄 상사의 온화한 표정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지막 조건이 가장 희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여행은 극소수만 누릴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16세기 후반부터 유럽의 젊은 귀족들 사이에서는 파리와 베네치아, 피렌체와 로마를 돌아보는 그랜드 투어(Grand Tour)가 유행했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기록에 따르면 고전과 예술을 직접 보고 교양을 완성하는 긴 여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충분한 돈과 시간, 수행원과 짐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떠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은 교육이었고 사교였으며, 돌아온 뒤에는 자신이 얼마나 넓은 세계를 보았는지 보여주는 문화적 증명서였습니다.

그래서 여행과 럭셔리의 관계는 처음부터 꽤 단단했습니다. 낯선 도시의 미술을 감상하는 일보다 먼저, 그 도시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일이 비쌌습니다. 길은 거칠었고 숙소는 일정하지 않았으며 옷과 책, 모자와 개인용품은 습기와 충격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때 럭셔리는 단지 화려한 장식이 아니었습니다. 불확실한 이동 속에서도 평소의 생활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었습니다. 잘 만든 트렁크는 이동식 가구였고, 휴대 가능한 옷장이었으며, 때로는 집을 떠난 사람이 가진 가장 견고한 사생활이었습니다.

둥근 뚜껑을 평평하게 만든 사람

루이 비통(Louis Vuitton, 1821-1892)은 열네 살에 고향을 떠나 프랑스를 걸어서 파리로 향했습니다. 여러 일을 하며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낸 끝에 1837년 파리에 도착했고, 트렁크 제작자이자 짐을 전문적으로 꾸리는 로맹 마레샬의 공방에서 17년 동안 기술을 익혔습니다. 브랜드의 창업자가 먼저 배운 것은 로고를 그리는 법이 아니라, 사람이 먼 곳으로 갈 때 무엇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였습니다.

1854년, 그는 방돔 광장 인근에 자신의 첫 매장을 열었습니다. 당시 트렁크에는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둥근 뚜껑이 달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차 뒤에 하나만 실을 때는 합리적이었지만, 철도와 증기선이 사람과 짐을 대량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둥근 뚜껑은 갑자기 비협조적인 모양이 되었습니다. 위에 다른 짐을 쌓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루이비통의 공식 헤리티지 기록에 따르면 그는 가볍고 방수에 유리한 트리아농 그레이 캔버스를 사용하고, 포플러 나무로 만든 몸체의 윗면을 평평하게 바꾸었습니다. 트렁크는 더 가볍고 튼튼해졌으며 차곡차곡 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직선 하나를 바꾼 일입니다. 그러나 그 직선은 새로운 교통수단의 문법을 정확히 읽은 결과였습니다. 기차와 배가 세상을 더 빠르게 연결하자, 루이 비통은 그 움직이는 세상에 맞는 사각형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아들 조르주 비통은 1888년 다미에 캔버스를 선보이고, 1896년에는 아르누보와 자포니즘, 고딕 문장에서 영감을 얻은 모노그램 캔버스를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누구나 알아보는 LV 패턴은 단순한 장식이면서 동시에 모방을 막기 위한 표식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루이비통의 시그니처는 처음부터 ‘보여주기’와 ‘지키기’를 함께 수행했습니다. 아름답게 보여야 했고, 안의 물건을 안전하게 지켜야 했으며, 멀리서도 누구의 것인지 알아볼 수 있어야 했습니다. 좋은 여행가방은 주인의 물건뿐 아니라 주인의 정체성까지 운반했던 셈입니다.

뇌에도 여행가방이 있다

과학은 여행이 인간에게 왜 그토록 특별한 경험인지 조금 엉뚱한 곳에서 설명해줍니다. 바로 뇌 속의 지도입니다.

1971년 신경과학자 존 오키프(John O’Keefe)는 동물이 특정 장소에 있을 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해마의 신경세포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를 장소세포(place cell)라고 불렀습니다. 2005년 메이브리트 모세르(May-Britt Moser)와 에드바르 모세르(Edvard Moser)는 육각형 격자처럼 규칙적인 위치에서 반응하는 격자세포(grid cell)를 발견했습니다. 장소세포가 ‘여기가 어디인지’를 표시한다면, 격자세포는 이동할 수 있는 좌표계를 제공하는 셈입니다. 세 사람은 이 발견으로 201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뇌는 세상을 사진처럼 복사해 보관하지 않습니다. 장소와 방향, 거리와 기억을 연결해 안쪽에 하나의 지도를 만듭니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면 뇌는 부지런히 경계를 읽고 좌표를 다시 계산합니다. 여행이 피곤한 이유는 캐리어 바퀴가 자꾸 보도블록 틈에 끼어서만은 아닙니다. 익숙한 세계에서는 자동으로 처리되던 수많은 판단을, 낯선 곳에서는 의식적으로 다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관점에서 럭셔리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럭셔리는 꼭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일이 아닙니다. 때로는 낯선 환경에서 판단해야 할 것을 줄여주는 일입니다. 잘 닫히는 자물쇠, 구겨지지 않게 설계된 수납, 손에 익은 물건의 정돈된 위치는 사소해 보이지만 뇌가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을 덜어줍니다. 좋은 호텔이 낯선 도시에서도 편히 잠들게 하고, 좋은 가방이 어디서나 필요한 물건을 제자리에 있게 하듯, 럭셔리는 이동하는 사람에게 잠시 빌려주는 질서입니다.

그래서 루이비통의 트렁크가 상징이 된 것은 단지 비쌌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그것은 이동의 불편을 아름다운 구조로 바꾸었습니다. 사치는 금색 장식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도착했을 때 셔츠가 구겨져 있지 않을 권리’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인류는 꽤 오랫동안 철학과 문명을 발전시켜왔지만, 중요한 저녁 식사 전의 구겨진 셔츠 앞에서는 여전히 겸손해집니다.

회사라는 낯선 대륙에 도착한 사람에게

이제 루이비통 코리아의 웰컴키트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신입사원의 첫 출근도 여행과 닮았습니다. 새로운 건물, 처음 듣는 이름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업무의 언어와 보이지 않는 규칙. 출입카드를 어디에 대야 하는지부터 점심을 누구와 먹어야 하는지까지, 뇌 속 장소세포와 사회성이 아침부터 꽤 바쁘게 일합니다. 멀리 이동하지 않았는데도 하루가 끝나면 장거리 비행을 마친 것처럼 피곤한 이유입니다.

웰컴키트는 이때 건네는 작은 트렁크입니다. 이번 키트에는 올 블랙의 슬리브 박스 안에 레더스킨 다이어리, 라미 사파리 펜, 스탠리 슬림 보틀을 담았습니다. 각각은 기록하고, 서명하고, 하루의 리듬을 유지하는 평범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같은 색과 태도 안에 가지런히 놓이는 순간, 물건들은 하나의 문장이 됩니다. 당신은 이제 이곳의 낯선 방문객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다음 여정을 시작할 사람입니다.

신시어리는 고객의 철학(Values), 기념할 순간(History), 그것을 일상으로 옮기는 매개체(Collections)를 함께 바라봅니다. 루이비통의 웰컴키트에서 가치는 오랜 시간 지켜온 장인정신과 절제된 우아함이었고, 역사는 한 사람이 새로운 조직에 합류하는 첫날이었으며, 매개체는 매일 손에 닿을 다이어리와 펜, 보틀이었습니다. 물건의 수보다 중요한 것은 이 셋이 같은 방향을 향하는 일이었습니다.

좋은 웰컴키트는 회사를 작게 축소해 상자에 넣는 일이 아닙니다. 회사가 사람을 어떤 태도로 맞이하는지 보여주는 첫 번째 환대입니다. 로고를 크게 인쇄하는 것만으로는 환대가 완성되지 않습니다. 낯선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할지 먼저 생각하고, 불필요한 선택을 줄이며,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세심하게 골라야 합니다. 환영한다는 문장이 상자 밖에 적혀 있다면, 그 진심은 상자 안의 질서에서 증명됩니다.

우리가 정말 가지고 떠나는 것

루이 비통은 여행가방을 발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여행 방식이 바뀌는 순간을 알아보고, 그 변화에 가장 잘 맞는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둥근 뚜껑을 평평하게 만든 작은 전환은 트렁크를 새로운 시대의 표준으로 바꾸었습니다. 럭셔리의 본질도 이와 비슷할지 모릅니다. 남들보다 더 화려한 것을 갖는 일이 아니라, 세상이 움직이는 방향을 먼저 이해하고 그 안에서 인간의 불편과 불안을 아름답게 덜어주는 일 말입니다.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옷과 충전기와 세 번째 셔츠를 챙깁니다. 그러나 정말 가지고 떠나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감각입니다. 좋은 가방은 그 감각이 낯선 곳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도록 지켜줍니다. 좋은 환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사람에게 조직의 철학을 억지로 외우게 하는 대신, 그 철학 안에서 안심하고 자기다운 첫걸음을 내딛게 합니다.

그래서 여행은 가방보다 먼저 시작됩니다. 떠나기로 마음먹는 순간, 익숙한 세계의 경계를 넘는 순간, 그리고 낯선 이를 기꺼이 맞이하기로 결심하는 순간에 말입니다. 트렁크와 웰컴키트는 크기도 목적도 다르지만, 둘 다 같은 말을 건넵니다. 어디로 가든 당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잘 담아가십시오. 좋은 철학은 사람을 한곳에 붙잡아두지 않습니다. 더 멀리 가도 잃어버리지 않을 형태를 만들어줍니다.

Sincerely Yours,
여행 전날이면 여전히 세 번째 보조배터리를 챙기는 신시어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