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rely Perspectives

크리스마스 트리에 빨간 공이 걸린 이유

분홍 배경 위에 놓인 작은 트리 모형과 빨간 오너먼트 공

11월이 되면 사무실 한쪽 창고에서 커다란 상자 하나가 나옵니다. 작년 이맘때 누군가 테이프로 간직해 둔 크리스마스 트리 상자입니다. 접혀 있던 가지를 하나씩 편뒤 전구를 감고 마지막으로 오너먼트를 겁니다. 별, 종, 지팡이 사탕, 그리고 어느 상자에나 가장 많이 들어 있는 빨갛고 둥근 공입니다.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별은 베들레헴의 별이고, 종은 교회의 종이고, 지팡이 사탕은 사탕입니다. 그런데 빨간 공은 무엇일까요. 자연에서 빨갛고 반짝이는 공을 본 적은 없습니다.

해마다 수십 개씩 걸면서도 한 번도 이유를 묻지 않았던 그 빨간 공. 오늘은 그 공의 정체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중세 독일의 한 마을에서 시작합니다.

그 공은 원래 사과였습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현대 크리스마스 트리의 기원을 중세 독일의 연극에서 찾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성경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 앞에서 연극으로 공연했는데, 그중 인기 있던 것이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연극의 핵심 소품이 '낙원나무(Paradise Tree)'였습니다. 에덴동산을 나타내기 위해 전나무에 사과를 매단 것입니다.

12월 24일은 아담과 하와를 기념하는 날이었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이날 집 안에 낙원나무를 세웠고, 사과 옆에 성찬식의 빵을 뜻하는 둥근 장식을 함께 걸었습니다. 사과가 인간의 타락을 뜻했다면, 둥근 장식은 구원을 뜻했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에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함께 매달려 있었던 셈입니다.

기록으로 남은 장면도 있습니다. 1605년 슈트라스부르(지금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한 기록은 사람들이 거실에 전나무를 세우고 색종이로 만든 장미, 사과, 웨이퍼, 금박, 설탕과자를 매단다고 적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한 가장 이른 묘사 중 하나입니다. 그 나무에서 가장 붉고 둥근 것은 사과였습니다.

그러니까 빨간 공은 무엇을 흉내 낸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입니다. 그 공은 에덴동산의 사과입니다.

사과가 열리지 않은 해

그렇다면 사과는 언제, 왜 유리가 되었을까요. 여기서부터는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프랑스 북동부 보주산맥 기슭에는 유리공방이 모인 마을들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1858년에 큰 가뭄이 들어 사과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트리에 걸 사과가 없어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괴첸브루크(Goetzenbruck)의 한 유리공이 숨을 불어 넣어 사과 모양의 유리공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웃 마을 마이젠탈(Meisenthal)은 지금도 이 이야기를 이어받아 해마다 새로운 유리 오너먼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 독일 튀링겐의 작은 마을 라우샤(Lauscha)에서도 유리공들이 유리로 과일과 견과류를 불어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두 이야기 모두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겨울에는 귀하고, 쉽게 상하고, 해마다 새로 구해야 했던 사과를 대신해 깨지기 쉽지만 썩지 않는 유리가 그 자리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유리 사과가 세계로 퍼진 데는 독일 출신인 앨버트 공이 영국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널리 알렸다고 합니다. 1848년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는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 그리고 아이들이 장식된 트리를 둘러싼 판화를 실었고, 이 그림은 영국과 미국의 가정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유리 장식은 바다를 건너 미국의 상점 진열대에 놓이기 시작했습니다. 사과는 그렇게 둥글고 반짝이는 공이 되어 전 세계 거실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공은 여전히 사과처럼 빨갛고, 사과만 한 크기이며, 사과처럼 꼭지에 매달려 있습니다.

모양은 재료보다 오래 삽니다

신시어리 굿타임 오너먼트
신시어리 굿타임 오너먼트

이런 현상을 부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1889년 영국의 의사이자 고고학자인 헨리 콜리 마치(Henry Colley March, 1838–1916)는 「장식의 의미(The Meaning of Ornament)」라는 논문에서 '스큐어모프(skeuomorph)'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스어로 '도구'를 뜻하는 skeuos와 '형태'를 뜻하는 morphe를 합친 말입니다. 그는 고대 토기에 새겨진 새끼줄 무늬를 보며, 원래 다른 재료에서 필요했던 형태가 재료가 바뀐 뒤에도 장식으로 남는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흙으로 그릇을 빚게 된 뒤에도 사람들은 바구니를 엮던 시절의 무늬를 계속 그려 넣었습니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스큐어모프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저장' 버튼에서 플로피 디스크 모양을 누르고, 필름이 없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기계식 셔터 소리를 듣습니다. 빨간 유리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료는 사과에서 유리로, 다시 플라스틱으로 바뀌었지만, 모양은 400년 전 낙원나무에 매달렸던 사과를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콜리 마치의 논문 제목이 '장식의 의미'였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한 세대 뒤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아돌프 로스(Adolf Loos, 1870–1933)는 「장식과 범죄(Ornament und Verbrechen)」라는 글에서 장식은 노동과 재료의 낭비라고 말했습니다. 기능이 없는 장식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현대 디자인은 이 말에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트리의 빨간 공 앞에서는 아돌프 로스의 말에 조금 머뭇거리게 됩니다. 이 공에는 분명히 기능이 없습니다. 하지만 의미는 있습니다. 사과가 열리지 않은 해에도, 사람들은 그 자리를 비워 두지 않았습니다. 무엇인가를 걸어야 한다는 마음이 재료보다 먼저 있었고, 그 마음이 유리공방의 숨을 빌려 모양을 이어 왔습니다. 콜리 마치가 말한 장식의 의미란 아마 이런 것이었을 겁니다.

장식은 쓸모가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기억입니다.

우리 시대의 재료는 무엇일까요

이 지점에서 신시어리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사과를 걸던 사람들은 그 시대에 구할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을 걸었고, 유리를 불던 사람들은 그 시대의 가장 좋은 기술로 사과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나무에 걸 것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신시어리는 "좋은 순간이 오래 기억되도록"이라는 문장을 붙여 굿타임 봉제 오너먼트를 만들었습니다. 유리 대신 부드러운 극세사 원단을 고르고, 그 안을 솜으로 채웠습니다. 빨간 공이 사과를 흉내 낸 것처럼, 이 오너먼트는 둥근 공 모양에 머물지 않고 기업의 로고, 캐릭터, 일러스트의 윤곽에 따라 재단합니다. 앞면과 뒷면에는 승화 전사 방식으로 풀컬러 인쇄를 합니다. 공 위에 로고를 붙이는 대신, 로고가 곧 오너먼트의 모양이 되도록 한 것입니다.

천을 고른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리 오너먼트가 있는 집이라면 대부분 깨진 공에 대한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상자에서 꺼내다 떨어뜨린 공, 고양이가 건드린 공, 아이가 손을 뻗다 놓친 공. 오너먼트가 1년에 한 번씩 상자를 오가는 물건이라면, 오래 남는 것이 중요합니다. 천으로 만든 오너먼트는 떨어져도 깨지지 않고, 트리를 정리한 뒤에는 문고리나 벽, 책상이나 가방에 걸어 두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신시어리는 "철학은 문서 안에 보관될 때보다 반복적으로 경험될 때 비로소 문화가 된다"고 믿습니다. 회사의 핵심가치가 담긴 문서는 일 년에 몇 번 열리지 않지만, 해마다 트리에 다시 걸리는 오너먼트는 매년 같은 계절에 같은 이야기를 꺼내 줍니다. 고객의 철학(Values)을, 연말이라는 기념의 순간(History)에, 사람들이 아껴 두고 다시 꺼내는 물건(Collections)에 담는 것. 400년 전 사람들이 낙원의 이야기를 사과에 담아 나무에 걸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트리에 거는 것

이제 트리에 걸릴 빨간 공은 조금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그것은 중세 독일의 연극 무대에서 시작해, 사과가 열리지 않은 해의 유리공방을 지나, 빅토리아 여왕의 거실과 대서양을 건너온 사과입니다. 재료는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겨울 한가운데 나무에 무언가를 걸어 두려는 마음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너먼트의 역사는 재료의 역사가 아니라,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에 대한 역사일지도 모릅니다. 중세 사람들은 낙원을 기억하고 싶었고, 19세기 가족들은 함께 보낸 겨울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올해 우리가 거는 오너먼트가 수백 년 뒤 어떤 모양으로 남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모양 안에 올해의 좋은 순간이 담겨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 트리를 꾸미다 빨간 공 하나를 손에 쥐게 된다면, 잠시 수백년 전부터 존재하던 아주 오래된 사과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Sincerely Yours,
사과 대신 천을 고르느라 크리스마스 준비할 겨를이 없었던 신시어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