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할 일이 많을수록 우리는 이상하게 더 사소한 일을 먼저 하게 됩니다. 중요한 제안서를 써야 하는 날에 갑자기 키보드 사이의 먼지가 거슬리고, 오래 미뤄둔 전략 회의를 준비해야 하는 오후에 메일함의 읽지 않은 광고 메일이 인생의 중대 과제처럼 느껴집니다. 인간은 참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우주의 기원을 상상할 수 있는 뇌를 가지고도, 알림 하나에 하루의 방향을 잃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대개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주의가 흩어져 있습니다. 하루는 24시간으로 비교적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24시간 안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는 놀라울 정도로 불공평하게 작동합니다. 같은 하루를 살면서도 누군가는 본질에 닿고, 누군가는 주변부를 아주 성실하게 닦습니다. 물론 주변부도 깨끗하면 좋습니다. 다만 인생 전체가 책상 먼지 정리로 끝나면 조금 곤란합니다.
Transformer가 발견한 관계의 무게
2017년 구글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 Attention Is All You Need는 인공지능의 역사를 바꾼 문장으로 남았습니다. 이 논문이 소개한 Transformer 구조는 언어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중요한 전환을 만들었습니다. 이전의 많은 모델들은 문장을 순서대로 읽으며 앞의 정보를 다음으로 넘기는 방식에 의존했습니다. 반면 Transformer는 문장 안의 단어들이 서로를 얼마나 중요하게 바라봐야 하는지 계산했습니다. 다시 말해, 모든 단어가 모든 단어를 동시에 병렬적으로 살피며 관계의 무게를 정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self-attention입니다. self-attention은 한 문장 안에서 어떤 단어가 다른 단어와 어떤 관련을 갖는지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그 회사는 철학이 분명해서 오래 기억된다"라는 문장이 있다면, 모델은 "회사"와 "철학", "분명해서"와 "기억된다" 사이의 관계를 각각 다르게 봅니다. 모든 단어가 동일하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의미를 만들기 위해 더 집중해야 할 관계가 따로 있는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원리가 단지 기계학습의 기술적 장치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Transformer는 모든 것을 똑같이 보지 않습니다. 관계를 보고, 맥락을 보고, 중요도를 계산합니다. 이것은 어쩌면 지능의 오래된 조건입니다. 많이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을 알아보는 것. 더 많이 입력받는 것보다 지금 무엇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 인간에게도, 조직에게도, 이 능력은 생각보다 결정적입니다.
주의는 곧 가치 판단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Simone Weil)는 주의를 일종의 윤리적 행위로 보았습니다. 그에게 attention은 단순한 집중력이 아니라, 대상을 자신의 욕망으로 덮어버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태도에 가까웠습니다. 우리는 흔히 집중을 생산성의 기술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 깊게 보면 집중은 가치 판단입니다.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를 정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드러냅니다.
인생에서 많은 잘못된 선택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attention이 잘못 배분되어 생깁니다. 건강보다 일정표를, 관계보다 체면을, 배움보다 매출을, 본질보다 박수를 더 오래 바라볼 때 삶은 아주 효율적이고 일관되게 어긋납니다. 무서운 점은 그 과정이 대개 성실하게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잘못된 대상에도 매우 성실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중은 단순히 열심히 하는 문제가 아니라, 무엇에 열심일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기업의 self-attention
기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은 매일 수많은 신호를 받습니다. 시장 트렌드, 경쟁사의 움직임, 고객의 요청, 내부 지표, 투자자의 기대, 갑자기 유행하는 단어들. 어느 날은 AI가 모든 것을 해결할 것 같고, 다음 날은 커뮤니티가 답인 것 같고, 그다음 날은 숏폼을 하지 않으면 곧 지구에서 퇴출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현대 비즈니스는 알림이 너무 많은 단체 채팅방과 비슷합니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모두가 중요하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때 기업에게 필요한 것이 핵심가치(Core Values)입니다. 핵심가치는 벽에 붙여두는 문장이 아니라, 조직이 attention을 배분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무엇을 할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지 않을지입니다. 어떤 고객 요청을 받아들일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 아래에서만 받아들일지입니다. 유행을 따라가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유행 속에서도 잃지 않을 중심입니다. 핵심가치는 기업의 self-attention입니다.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내부의 가중치입니다.
신시어리가 오래 바라보는 것
신시어리가 브랜드 굿즈를 바라보는 방식도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세상에는 만들 수 있는 물건이 너무 많습니다. 싸게 만들 수 있는 물건도 많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물건도 많고, 로고를 얹으면 일단 굿즈처럼 보이는 물건도 많습니다. 문제는 그것들이 정말 브랜드의 기억이 될 수 있느냐입니다. 받는 사람이 기꺼이 쓰고 싶어 하는가.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태도가 제품의 질감과 사용 경험 안에 남아 있는가. 전달하고 싶은 가치가 포장지를 뜯은 뒤에도 계속 살아 있는가.
그래서 신시어리는 제품 하나를 출시하기까지 평균 6개월 이상 테스트하고, 선정한 제품도 60일 이상 직접 사용하며 검증합니다. 모든 가능성을 다 붙잡는 대신, 정말 오래 남을 가능성에 더 오래 머무르는 것. "이 정도면 괜찮다"는 문장 앞에서 한 번 더 멈추는 것. 누구나 받을 수 있는 판촉물이 아니라, 누구나 갖고 싶은 선물에 가까워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입니다.
신시어리의 Make Your Values Beloved 철학 역시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많은 조직들이 가진 멋진 철학을 사람들이 주목하고, 더 친밀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것이 신시어리가 바라보는 것입니다.
좋은 결과는 무엇을 보았는지의 흔적입니다
물론 기업이 Core Values에 집중한다고 해서 모든 결과가 즉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Transformer도 attention만 외친다고 저절로 문장을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조가 필요하고, 학습이 필요하고, 검증이 필요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핵심가치는 선언이 아니라 더 가까이서 반복되어야 합니다. 회의에서, 제품 선정에서, 가격을 정하는 순간에서, 고객에게 안내하는 문장의 톤에서, 심지어 샘플 하나를 포장하는 방식에서 계속 다시 계산되어야 합니다.
그 반복이 쌓이면 결과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중요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중요한 삶에 가까워지고, 핵심가치에 주의를 기울이는 기업은 자기다운 결과에 가까워집니다. 좋은 결과는 우연히 도착하는 선물이 아니라, 무엇을 보았는지의 흔적입니다. 우리가 오래 바라본 것이 결국 우리를 닮게 만듭니다.
우리가 attention을 줄 곳
그러니 Attention Is All You Need라는 문장은 AI 논문의 멋진 제목을 넘어, 꽤 엄격한 삶의 문장으로도 읽힙니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고, 모든 것을 잘할 수 없고,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오늘 우리는 무엇에 attention을 줄 것인가. 그리고 그 attention은 우리가 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우리가 만들고 싶은 회사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가.
Sincerely Yours,
하지만 오늘도 패키지 박스의 작은 모서리 디테일에 시간을 더 쓴 신시어리 드림

